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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아모르

* 헝거게임 AU

…울고 싶다.

 

대체 나는 왜 네 목을 졸라야 하는걸까.

 

대체 나는 왜 너를 괴롭혀야 하는걸까.

 

대체 나는 왜 너를 죽여야하는 걸까.

 

대체 왜…

 

 

*

 

 

상황은 얼마 전으로 되돌아간다.

 

 

이 부조리한 세계는 어른들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물어 「헝거게임」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고, 십 몇 명이 함께 경기장으로 끌려가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싸우는 서바이벌에 뽑히지 않고 살아가는 게 목표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의 목표가 되었다. 우리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우리들은 그 게임을 어느정도는 남의 일을 보듯 살아갈 수 있었다.

 

 

저주가 시작 된 것은 올해의 추첨일이었다.

 

 

항상 추첨일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 날은 특히나 몇 배 더 기분이 좋지 않아 어서 빨리 추첨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광장에 서있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 소리의 의미를 깨닳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그 이름이 내 것임을 깨닳고 허무하게 웃었더랬다.

 

나의 웃음 소리에 맞춰 「네」가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그 뒷 이야기는 나를 따라온 너에게 들은 기억뿐이다. 너는 나를 위해 자원하려 했지만, 올해의 헝거게임은 특별하게도 남성만 두 사람을 뽑는, 이른바 '특집'같은 편이었기에 네 자원은 두번째 추첨이 있고 난 뒤로 미뤄졌다고 했다. 그리고 운명의 여신이 네 마음을 비웃기라도 한 건지 두 번째 추첨의 결과로 뽑힌 것은 너였더랬다. 결국 너와 내가 구역의 대표로 살인 서바이벌에 끌려가게 되었다는게 네가 설명한 줄거리였다.

 

…말을 마친 너는,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살아남게 해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나의 「재능」을 십분 발휘한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나를 설득하며 애원했다. 그 때의 나는 어지간히 죽어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나보다.

 

…실제로 죽으려고 한 거 맞았다. 나는 「너」의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죽는다면, 내가 죽는다면 「네」가 나를 용서해 줄 것 같아서, 아니, 최소한 죽으면 「너」랑 대화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처음에 네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니, 내가 조금 더 오래 산다고 해서 내 저주가 깊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그 연명이 너를 위한 것이라면 「너」도 분명 용서해 줄 것 같았다. 「네」가 미워하는 사람은 나이지 네가 아니니까. 미워하긴 커녕 살아있을 적의 모습을 기억해 보면 「너」는 너를 아끼고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니 너를 우승자로 만들고 내가 죽는다면 「너」에 대한 속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저주도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너의 제안을 수락했다.

 

 

-정말로?

 

 

그때부터 나는 전력을 다해 무대를 짜기 시작했다. 어차피 헝거게임은 룰이 잔인할 뿐, 수도의 시민들에게는 이미 본래의 의미보다는 리얼리티 쇼로 잘 알려져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에 드는 참가자는 그들도 죽이고 싶지 않아하며, 오랫동안 TV에 남기를 바래 여러 도움을 준다. 쉽게 말해, 아이돌과 팬의 관계랄까. 생존 능력이 어느정도 있고 전투 실력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외모도 꽤 예쁘장한 너라면 이번 경기의 아이돌이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거기다 판을 짜는 거라면 자신 있는 일이기도 하고. 실제로 「너」는 거의 우승까지…

 

아니, 이 이야기는 잊자. 그만두고 너를 살아남게 하는 무대를 만들자. 지금은 저주따위 생각하지 말고 너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거다. 어차피 내 저주를 푸는 방법은 너를 살리는 것, 그 뿐일테니.

 

 

-그거 진심이야, 스승님?

 

 

 

흔한 소년만화의 줄거리지만 너는 무엇이 불만인지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대본을 수정해 달라고만 할 뿐이었다. 네게 원하는 방향을 묻자 너는 내가 마지막까지 살아서, 둘이 남는 대본으로 다시 짜달라고만 할 뿐이었다.

 

…솔직히, 네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대본을 짜기 전에 네게 말했었다. 나는 이 게임에서 오래 살 자신도, 살아갈 마음도 없으니 나를 신경 쓰지 말라고, 때에 따라서는 네가 나를 죽이는 대본마저도 만들어 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라고 말했을 적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더니 이제와 웬 변덕인 것인지. 거기다가 너와 나는, 알아 온 시간이 모르고 지내 온 시간보다 긴 사람들이고, 그렇기에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두 사람이 남는 대본을 써달라는 것은 네가 나를 죽이고 이 게임에서 우승하는 결말을 맞이하겠다는 것인데…잘 아는 사이, 스승님이라 부르며 쫓아다니던 상대인 나를, 너는 네 손으로 직접 죽이는 결말을 원하는 것인가? 네 정신이 망가질 길을 굳이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네 말에 어이가 없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니 네가 말한다.

 

내는 스승님 읎으믄 몬산다. 캐도…스승님이 죽는 기를 바란다믄, 어쩔 수 읎이 보내야것제. 그르니 스승님, 이기만 들어도. 마지막 부탁 아이가. 한 번만…마지막이라믄…최대한 오래 스승님이랑 있고 싶다. 죽어삐믄 끝 아이가. 경기장에서 더는 몬본다. 긍께…부탁할게, 스승님.

 

…그리고 그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썼던 대본을 폐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대본을 짜기 시작해야만 했다. 이대로 밀고 나갈 수도 있지만, 기왕지사 네가 바라는 방향으로 써 주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 그 편이 네게 짐을 지워야 하는 내게도 편하기도 하고.

 

 

-이기적이네, 스승님은.

 

 

대본 문제로 너와 서먹했던 경기 전 며칠이 지나고, 이제 나는 경기 시작 카운트가 울리는 콜로세움에 와있다. 보급품을 쟁여둔 풍요의 뿔=코뉴코피아가 눈앞에서 빛나고 있고, 그 빛에 눈이 아려 눈을 감자 카운트가 시작된다. 60, 59, 58…지친 눈을 쉬게 할 틈도 없이 경기 시작 1분전.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것을 속으로 삭히며 눈을 뜨고 경기장과 보급품들을 확인한다. 경기장의 풍경은 눈 덮인 설원. 일단 추운 구역에 살던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고, 동사만 조심하면 그렇게 생존이 어려울 것 같진 않다. 물은 눈을 녹이면 되고, 새소리도 들리니. 옷도 꽤 명도 높은 무채색의 방한복을 지급했기에 은신도 나쁘지는 않다. 이정도는 예상 범주 안.

 

보급품은 좋은 것일수록 안에 있다. 그래도 거기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너도 나도 스스로의 무기정도는 만드는 법을 아니까. 뭐 필요한 게 있다면…죽여서 뺏으면 그만이다.

 

10, 9, 8. 어느새 카운트의 숫자가 줄었다. 일단은 가까이 놓인 가방 몇 개를 눈여겨 둔다. 경기 시작 전 네게도 말해두었으니 너도 그대로 따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숫자가 제로까지 내려간 그 시점에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너는 신경쓰지 못한채로.

 

 

…어떻게 된 일인지 머리가 아프다. 너는…대체?

 

 

대략적으로 잡아둔 합류포인트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자니 네가 도착했다. 비릿한 혈향에 절로 얼굴이 구겨진다. 어디 다치기라도 한건지 걱정되는 마음과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궁금한 호기심에 네 쪽을 바라보자, 가히 충격적인 상태의 네가 서있었다.

 

온통 붉은 색에 젖어있는 너는 해맑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것은 꽤 안쪽에 있었을 법한 고급무기. 이걸 어떻게 네가 손에 넣은…

 

…네 몸에 묻은 피. 자세히 확인해 보니 네게는 상처가 없다. 잔 생체기조차도 남지 않았다. 그럼 그 피는 누구의 것인가?

 

내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네가 스스로 그 답을 말한다.

 

미안타, 스승님. 여기서 죽이는 기는 아이라 캤는디, 이기마 있으믄 스승님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응께, 캐서…죽이고, 뺏어왔다. 내는 안다쳤으니…그기로 된기제?

 

…분명 내가 알던 너는 이렇게까지…괴물은 아니었는데.

 

내가 옆에 남아있어서?

 

 

며칠이 흘렀다. 경기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부 네 작품이다.

 

 

내가 짜놓은 각본보다, 너는 더 활약하고 있다. 솔직히 네게 죽기로 약속되어있는 나조차도 두려워 질 정도로.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고, 웃는다. 아직, 아직 스승님 곁에 남아있다고.

 

 

그게 두렵다.

 

네가 나 때문에 망가져 가는 것 같아서.

 

 

-거~짓마.

 

 

*

 

 

그렇게 경기의 진행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는 정말로 우리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네가 나를 죽일 시간도 점차 다가온다. 네 각오가 끝날 때 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릴 뿐.

 

이걸로 저주는…풀릴까?

 

 

-아니, 이런걸로 스승님의 저주는 풀리지 않아.

 

 

…한참을 기다린다. 네가 마음을 정리했는지 이 쪽으로 다가온다. 잠깐, 무기는 어디에…?

 

…없다. 왜…?

 

네가 내 앞에 선다. 내 손을 잡고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댄다.

 

 

스승님, 있제, 지금까지 말 안해서 미안헌디, 내 실은 그 각본…쬐깐 바꿨다.

 

자난 프로듀서 덕분에 아이돌이 된 소년은, 그 프로듀서를 죽이라는 각본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자기 멋대로 무대를 고친다. 프로듀서를 살리기 위해서, 각본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죽어라 노력해서 그 각본보다 더 훌륭한 무대를 짜내고…그렇게 소년은 프로듀서에게 죽는 각본으로, 몰래 프로듀서를 유도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체 결말에 도착한 프로듀서는 소년을 죽이고 우승자가 된다.

 

 

너는 웃고있다. 내 손을 잡고 웃고 있다. 네가 죽기 전까지는 놓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결국 손에 힘을 준다

 

 

…이게 지금까지의 상황.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짐을 지우는 것이냐. 너는. 마지막까지…

 

 

*

 

 

내 손에 힘이 들어갈 수록, 네 손의 힘이 빠진다.

 

 

…저주 탓일까, 도무지 너를 살릴 수 있을 거 같지 않게, 마치 너를 정말로…

 

 

죽이고 싶은 것 처럼,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대로, 나는 너를…

 

 

죽이…

 

 

 

 

*

 

 

-저기, 스승님, 좀 들어줘. 아까부터 계속 말하고 있었는데.

 

 

실은 나, 알고 있어.

 

 

스승님은 미카칭을 죽일 수 없어.

 

 

스승님은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응, 너무 이기적이다 못해 상냥하고, 이타적으로 보이는 사람.

 

 

모순이지만…스승님도 알고 있잖아?

 

 

기억하지? 내가 죽기 전에 스승님을 이츠키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을.

 

 

그러니까 알고있지? 사실 스승님을 얽메고 있는 저주…나는 니토 나즈나의 원망이 아니라 스승님 자신의 죄책감이라는 걸.

 

 

고작 인형으로 사랑했던 나즈나의 죽음에도 스승님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지.

 

 

이기적이니까. 자신 주변의 사람이 죽는 것을 보지 못해. 스승님은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데…사람으로 사랑하고 있는 미카칭을 죽이고 살아간다고?

 

 

아니, 스승님은 못해. 절대로. 이번에 남는 것은 저주정도로 끝나지 않을테니까.

 

 

후회? 슬픔? 그런 낱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감정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닌채로 떠돌게 될 거야.

 

 

…그리고 나와 미카칭은 스승님을 평생 따라다니며 스승님을 괴롭히게 되겠지.

 

 

그걸로 괜찮아, 스승님? 그걸로 좋아?

 

 

평생 스스로의 저주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날 「나」를 구해주지 못했던 것이 이츠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츠키가 더 이상 스스로를 저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의 모습을 한 이츠키의 저주는 「내」가 풀어주도록 할게.

 

 

그러니 더 이상의 저주를 만들지는 말아줘.

 

 

카게히라마저 저주로 만들지 말아줘.

 

 

그때와는 다르잖아. 이츠키에게 선택권이 있어. 카게히라를 죽이지 않을 수 있어.

 

 

…뭘 선택해도 「나」 는 이츠키의 선택을 존중해, 그래도…

 

 

…그 끝이 후회하지 않을 결말이기를 기도할게.

 

 

죽은 「내」가 할 수 있는건 이정도가 다니까.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네.

 

 

이츠키의 저주가 사랑으로 정화되기를.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기를.

 

 

*

 

 

나는 결국 너를 죽일 수 없었다.

 

 

저주가 두려웠던것은 아니었다.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여기까지 온 이상 살아남고 싶었다. 하지만…이제는…

 

 

이제는 너 없는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나락속에서 스스로를 저주하는 나의 곁을 지켜주었던 것은 오로지 너 하나. 나조차도 챙기지 못하는 한심한 나를 살려낸 것도 너다. 그렇게 네 사랑이 절벽에 떨어져가는 나의 목숨을 이어가는 끈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 끈이 필요 없는 곳에 서있게 되었지만 더 이상 그 끈을 놓고 살아갈 수는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실은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다. 고아였던 너를 주워와 거두던 그 날 부터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 마음을 인정할 수 없었을 뿐.

 

 

나는 저주 속에서 살아왔다. 사랑하는 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저주. 그것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기도, 세상이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해서 나는 이 마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슴 속에 심어준 그녀도, 너무도 소중한 나머지 뒤틀린 줄도 모른채 사랑했던 인형도, 전부 내가 사랑하면 망가지고 부숴진다. 너마저도 이 저주에 묶여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그래서 마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얄굳은 운명은 나의 행복을 두고 볼 생각따위는 없는지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저주를 발동시켜 버렸다. 두 사람 모두가 살아갈 길은 막아버린채 한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게임에 동시에 참가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니토가 말했다. 나의 저주는 자신이 풀어냈다고. 그렇다면 이제 네가 죽는다는 것은 확정된 운명이 아니라 내가 깨부술 수 있는 단순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그러면 분명…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열쇠가 어딘가에…

 

 

…그 순간, 어째서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이냐고 묻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네가 보였다. 내가 남긴, 네 희고 긴 목의 빨간 손자국. 그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려간다. 네가 쓰라린 듯 기침을 하며 얼굴을 찌푸리자 내 얼굴도 점차 굳어간다. 그렇게 잠시 손을 멈추었다가 다시 상처를 쓸어내리자 무언가 손에 쓸리는 느낌이 있다. 네가 구역의 상징으로 가져왔던 내 수제 자루 목걸이. 그 목걸이에 담아두는 것은 하나뿐…

 

 

…찾았다, 열쇠.

 

 

*

 

 

눈을 뜬다. 네가 옆에 누워 있다. 공동 우승자라고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함께 살아남았다.

 

 

자루에 들어있는 것은…담아두어야 할 것.

 

네가 담아두지 않았을 리 없다. 비워두지 말 것, 내가 가르쳤던 것이니. 니토가 죽은 후 언제나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즉사의 독을 품은 딸기류를 넣어두라고 해 두었으니, 경기 시작 전에 비워졌다고 한들 네가 찾아서라도 채워놓지 않았을리 없었다. 네 목걸이를 급하게 낚아채 그 안이 차있는지 확인하자 역시 있다. 붉은 딸기, 자물쇠 딸기. 그걸 입에 물고, 즙을 삼키지 않은채 그대로 네게 입맞춘다. 너도 내 의도를 알고 가만히 입을 열어 독을 받는다. 삼키기 전에 공동 우승 선언이 울려퍼져서, 우리 둘은 그 즙을 뱉고 이번엔 제대로 입맞춘다.

 

 

살아남았다.

 

 

저주는 풀렸고, 두 사람이 행복할 길도 남았고, 살아남았다.

 

 

그러면,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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