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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세레틴

* 게임 [괭이 갈매기 울 적에] au, 이츠키 슈 x 마녀 카게히라 미카

* 사망소재 o

 

 

“나는 네 녀석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내 한마디에 싱글싱글 웃던 녀석은, 그 한마디에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

 

눈앞에 펼쳐지는 참사에 얼굴을 구기며 속으로 절규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이러한 나라도 버팀목으로 삼고 기대는 나츠메가 곁에 있었던 때문이다. 그를 위로하려 손을 뻗으려던 순간, 시간이 멈추곤 [그 녀석]이 나타났다. 허공에서 나타난 미카는 경계하는 내 눈빛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곤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순진한 표정을 짓고는 피범벅인 바닥 위에 나타나곤 내 앞으로 다가오며.

 

“-응아, 이번에는 어떻노? 이게 정말로 사람의 소행이라고 생각되는 기가. 보그라, 솔직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기라~ 내가 마녀라서, 인간이 아닌 존재라서 마법으로 한기다♪ ...라고 생각해서, 내를 인정해주믄 안 되겠나, 이츠키 씨?”

 

“...인정하지 않아, 괴상한 녀석.”

 

“말로만 그라지 말고 한번 설명해 보그라. 내를 인정하지 않을거믄 이 살인극을 무라고 설명할건디? 그라고 내는 괴상한 녀석이라는 이름이 아이다, 카게히라 미카라는 이름이 있데이.”

 

“...”

 

여유롭다는 표정으로 자신만을 쳐다보는 미카의 얼굴을 피해 고개를 돌리곤 입을 다물었다. 잠깐 콧노래가 들리나 싶더니만 갑자기 그만두고는 재미없네, 하는 목소리가 머리 뒤에서 들렸다.

 

“...슈 형, 괜찮은거Ya? 갑자기 멍하니 서선 움직이질 않아서 걱정했Uh."

 

“...아아, 걱정하게 한 건가. 미안하다는 것이야.”

 

“돌아갔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Ne.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일단 다들 정신 차리고 어떻게든 해야겠Uh...!”

 

할 말만 하고는 사라진 건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지 애써 강한척하는 나츠메의 어깨를 잠시 토닥여주고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모든 교실의 창문은 내부에서 잠글 수 있는 것으로 모두 잠겨있었고, 교실 내부에서만 잠글 수 있는 앞문과 뒷문이 열쇠로 잠겨 있었다. 요컨대, 이는 일종의 밀실 살인. 그러한 밀실 살인이 6번 다 다른 교실에서 일어났다.

이 상황을 마주하게 된 계기는 각자의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가 있는 문 밑으로 들어온 한 편지 속의 내용물 때문이었다.

 

수수께끼를 서둘러서 풀지 않으면, 그 내용대로 이루어지리라.

 

영문을 알 수 없는 쪽지의 아래에는 2-B라고 쓰여 있었다. 무작정 다 같이 간 교실의 문은 잠겨있어서, 수위실에서 있던 도끼로 문을 내리쳐 열었다. 그 안에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훼손된 시체가 교실 한가운데에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의 책상 위에는 다른 교실의 이름이 쓰여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열쇠의 출처를 따라간 다른 교실에서 새로운 시체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고, 같은 방식으로 총 여섯 개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섯 번째의 교실에서 찾은 열쇠는 2-B반의 열쇠로, 우로보로스의 고리처럼 시작과 끝이 이어진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불가능한 사건. ‘녀석’의 말대로 마법이라고 인정하면 마음은 편하겠지. 하지만 이 마법은, 나츠메가 말하는 마법과는 다른 악질적인 것. 그런 것을 인정하라고? 하지 않아.

 

[언제쯤이믄 내를 인정해 줄란지 모르겄네... 내도 이츠키 씨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닌기라. 그라니까 얼른 포기하고 내 존재를 인정해서 게임을 끝내는 게 어떻노.]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애써 들리지 않는 척 외면하고는 침울한 표정의 다른 학생들을 살폈다. 어쩌다 보니 죽은 6명을 제외한 3학년은 자신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들을 이끌어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모두 침착하거라.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 함께 있는 것이 중요... 왜 그러지, 계집?”

 

“[제 1의 밤에, 열쇠로 선택된 6명을 제물로 바쳐라]. 긴가민가했는데, 편지에서 말한 수수께끼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츠무기 선배가 예전에 알려준 적이 있거든요. 아마도, 이런 내용.“

 

 

제 1의 밤에, 열쇠로 선택된 6명을 제물로 바쳐라.

제 2의 밤에, 남는 자들은 사랑하는 자들을 찢어놔라.

제 3의 밤에, 남는 자들은 명예로운 내 이름을 칭송하라.

제 4의 밤에, 머리를 베어 죽여라.

제 5의 밤에, 가슴을 베어 죽여라.

제 6의 밤에, 배를 베어 죽여라.

제 7의 밤에, 무릎을 베어 죽여라.

제 8의 밤에, 다리를 베어 죽여라.

제 9의 밤에, 마녀는 부활하고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제 10의 밤에, 여행은 끝나고 황금향에 도달할 것이다.

마녀는 현자를 칭송하고, 4개의 보물을 줄 것이다.

하나는, 황금향의 모든 황금.

하나는, 모든 죽은 혼을 되살린다.

하나는, 잃어버린 사랑조차 되살린다.

하나는, 마녀를 영원히 잠들게 만든다.

편히 잠들라, 내 가장 사랑하는 마녀여.

 

 

“앞부분에 뭔가 내용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아요. 츠무기 선배가 계셨다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선배는... 네, 그렇게 되셨으니까요.”

 

“아니에요, 안즈 선배! 이런 내용을 기억하시다니 대단하신걸요? 그래서 선배의 생각으론, 지금의 상황이 1의 밤의 상황이다.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시죠?”

 

“응.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보면 확신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츠키 선배? 누군가 저 이야기를 알고는 그걸 따라 하는 모방 범죄라도 되는 걸까요.”

 

“글쎄다, 계집. 일단 이번 상황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바가 있다는 것이야. 말도 안 되는 장난 같은 이야기지만.”

 

머리와 꼬리가 이어져 있는 사건. 말로만 가능하지 왜인지는 이해되지 않을 그 내용을 듣기 위해 안즈를 중심으로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방금 몇 번째 밤이니 하는 이야기도 신경 쓰이지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이러했다.

 

“사고를 비틀어서, 범인이 밀폐된 교실을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유를 물으면 답할 수 없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런 그의 뒤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짝눈의 청년이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었다.

엉뚱하게도 들릴 추측들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경악에 차는 것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

 

“응앗, 방금 한 말. 진심으로 말한 기가? 엉뚱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학원 내에서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던 장소가 아닌 응접실로, 그리고 나와 ‘녀석’이 마주 보고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 고양이 탈을 쓴 누군가가 - 집사 같은 것으로 보이는 - 나와 녀석 앞의 찻잔에 가져온 포트에서의 차를 따라 주었다. 마주 앉은 자가 그것을 기품 없게 쭉 들이키는 모습을 보곤 눈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추리라는 것이야.”

 

“뭐, 일단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구먼.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결판 짓기로 하고! 아직 이번 게임은 끝난 게 아니니께 좀 더 분발하그라. 내를 인정하지 않을 거믄 모든 것을 파헤쳐서 증명해보라고 말한 걸 잊지 말아도♪”

 

“그렇게 해주지, 결국 내 앞에 굴복 하는건 네 녀석일 것이야, 카게히라.”

 

차를 반쯤 남겨놓고는 뒤돌아서자 그 모습이 흐려지더니 응접실에는 홀로 찻잔을 들고 앉아있는 미카의 모습만 남게 되었다. 방금 들렸던 슈의 말을 되새기다 찻잔을 허공에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파찰음과 목소리에 밖에 서 있던 탈을 쓴 자가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주인님?”

 

“아, 집사씨! 방금, 이츠키 씨가 내한테 카게히라, 라꼬 한 거 들었제? 응아아- 정말로 기쁘구마. 그는 기억 못 하겠지만, 오랜만에 듣는다는 거 아이가.”

 

“...”

 

무표정을 고수하는 그를 뒤로 한 채, 기쁘다는 듯 활짝 웃는 미카의 주변으로 황금빛을 흩뿌리는 나비들이 너풀너풀 날아다녔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인지 모를 한쪽으로 몸을 향해 손을 내뻗으며, 마녀는 말했다.

 

“그리고. 부디 기억해주그라, 이츠키 씨. 당신이 내한티 범했던 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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